2008년 개봉한 영화 ‘추격자’는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범죄 스릴러 중 하나로, 실제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영화는 사라진 여성들을 추적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로 전개되며, 경찰 수사의 허점과 범인의 잔혹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실제 사건과 영화는 어떤 점이 닮았으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영화 ‘추격자’와 유영철 사건을 비교 분석하여 영화 속 이야기와 현실 속 범죄의 차이점을 살펴본다.
1. 영화 ‘추격자’의 스토리와 유영철 사건의 배경
‘추격자’의 줄거리 개요
나홍진 감독이 연출한 ‘추격자’(2008)는 실종된 여성들을 찾는 전직 형사 출신 포주 엄중호(김윤석 분)와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 지영민(하정우 분) 사이의 추격전을 그린다. 중호는 자신이 관리하는 여성들이 사라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를 조사하던 중 지영민이라는 남성을 용의자로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경찰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영민을 풀어주고, 이후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유영철 사건 개요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총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그는 주로 성매매 여성과 노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며 장기간 범죄를 지속했다. 그의 범행 수법은 잔혹했고, 심지어 경찰 조사에서도 태연하게 범행을 인정하며 충격을 주었다.
영화와 실제 사건의 공통점
- 두 사건 모두 연쇄살인을 다룬다.
- 범인이 성매매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이 유사하다.
- 경찰 수사의 허점이 범인의 범행을 지속시키는 데 기여했다.
-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음에도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는 점이 같다.
2. 실제 유영철의 범행과 영화 속 지영민의 살인 수법 비교
① 범행 대상
영화 속 지영민은 성매매 여성들을 주로 살해한다. 반면, 실제 유영철은 성매매 여성뿐만 아니라 부유층 노인들도 타깃으로 삼았다.
- 영화: 주로 성매매 여성 대상
- 현실: 성매매 여성 + 노인
유영철은 "부자와 여성은 죽어야 한다"는 왜곡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강도 살인도 저질렀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이 생략되고, 성매매 여성에 집중한 범죄가 부각된다.
② 범행 방법
유영철은 망치나 둔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피가 튀지 않도록 목욕탕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영화 속 지영민은 칼을 주로 사용하며, 비교적 난폭하고 즉흥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 영화: 칼을 이용한 난폭한 살인
- 현실: 둔기(망치)를 이용한 치밀한 살인
③ 범행 후 시신 처리
영화 속 지영민은 주로 피해자를 집 안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이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반면, 유영철은 일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하거나 암매장하는 등 더욱 조직적인 방식으로 시신을 유기했다.
3. 경찰 수사 과정과 영화 속 묘사 비교
① 영화 속 경찰의 무능함
‘추격자’에서는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고도 증거 부족으로 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사건에서도 유영철은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풀려났고, 이후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영화 속에서는 경찰이 절차에만 집착하며 범인을 놓치는 모습을 강조한다. 중호가 필사적으로 지영민의 흔적을 찾으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막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실제 사건에서도 경찰은 유영철을 한 차례 조사했으나, 체포 후 DNA 대조 등의 기본적인 절차를 소홀히 한 결과 그를 석방했고, 이후 추가 범행이 발생했다.
② 실제 사건에서 경찰의 실책
- 경찰은 초기에 유영철을 단순 절도범으로만 판단했다.
- 피해자의 실종 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조사하지 않았다.
- 체포된 유영철을 증거 부족으로 풀어주었고, 이후 추가 범행이 발생했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와 현실은 매우 유사하다.
4. 영화와 현실의 차이점
① 실제 사건과 다른 결말
영화에서 지영민은 결국 경찰에 체포되지만, 중호가 애타게 찾던 피해자는 끝내 구하지 못한다.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경찰과 주인공의 무능함을 강조한다.
반면, 현실에서는 유영철이 체포된 후 자백하면서 사건이 종결되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담담하게 인정했으며,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복역 중이다.
②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유영철의 차이
- 지영민(하정우 분):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하고, 즉흥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 유영철: 범행을 철저히 계획하며, 경찰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론: 영화와 현실, 유사점과 차이점
‘추격자’는 유영철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일부 요소는 영화적 연출을 위해 각색되었다. 특히, 경찰 수사의 미숙함과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결말은 실제 사건과의 가장 큰 유사점이다. 하지만 유영철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 영화에서는 제외되었고, 살해 방식 역시 차이가 있다.
영화와 현실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경찰의 실수로 인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영철 사건은 경찰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을 불러왔고, 이는 ‘추격자’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현실의 잔혹한 범죄를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